"주인놈아, 나 눈꼽 좀 어떻게 해주면 안되겠냐옹?"
"2개월 째"
어항이라던지, 우리 안에 가두어 놓는 열대어 (라고 쓰고 생선이라고 읽는다) 나 집안 가득하게 응가 냄새를 피우는 햄스터 류를 제외하고는 처음 키워보는 종류의 애완동물. 집안을 활보하며 구석 구석의 먼지를 모두 닦아내고 있는 고양이.
데려올 때 3개월이었으니 4개월 채우고 이제 5개월 째인가.
그새 부쩍 컸다. 그동안 냥이 수발에 들어간 비용도 만만치 않았으며 아침이면 눈 비비며 녀석의 화장실 뚜껑을 열고 맛동산과 감자를 수거하게 된 나의 모습이나, 기꺼이 사료와 캔을 섞어 먹이면서 냥이에게 최고의 가족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모습 등 집안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다. 아, 털도 날리는구나.
"눈꼽 말이야, 눈꼽".
어제는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는 내 옆에 뛰어 올라오다가 그만 뒷발로 내 다리를 긁었다. "아"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이색퀴 @#$%$@% 니가 누구 때문에 밥을 !@#$@#$^" 이라고 혼내고 (물론 듣지 않고 지 할일..)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긁힌 자리에 피가 수줍게 맺혀있었다. 고양이 주인들의 애환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목욕을 자주 시키면 안된다고 해서 방충망에서, 화분 틈에서, 티비 뒤에서, 침대 밑에서 뒹굴며 수집한 먼지 덕에 얼룩고양이가 되어버린 놈을 보며 목욕을 언제 시켰더라 날짜를 헤아려 보고 있지만, 그놈의 겨울날 찹쌀떡 같은 발이 회색이 되어버린건 너무하잖아. (심지어 나는 아직 무서워서 발톱도 잘 못 깎아준다.) 오죽하면 러시안블루를 데려올껄 그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주인놈 발을 가지고 놀아볼까옹..."
지난 한달 간, 녀석이 잠이 올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 품에 안기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성격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건사료는 많이 배고플때 찾고 평소에는 캔사료에 환장-_-한다는 것을 파악했으며, 졸다가도 방울 달린 깃털을 흔들어대면 호랑이 같이 달려온다는 것을 파악했다. 잠이 올 때 무릎에 앉혀놓고 빗질을 해주면 골골거리면서 눈을 지긋이 감고 느끼는 모습을 보며 로마시대 하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소원이 있다면...개냥이 만들어서 목줄 달고 산책하는 것..이지만 가능할까..-_-;;;;;;
* P.S: 말라붙은 눈꼽을 떼어내기 위해서 물에 적신 화장솜을 들고 잠자는 녀석에게 살며시 다가가는 순간 눈을 반만 뜨고 째려본다...아..우악스러운 집사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산책
Moments, not special 2010. 2. 16. 10:28
석촌호수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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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D3
Life, Jojae 2010. 2. 1. 23:55
컨셉을 부여하노니,
생활밀착형 똑딱이가 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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