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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 마음대로 안된다는 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집주인과의 원만한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백설기 같은 우리 고양이는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 나이에 애완동물하고 이별하는 경험을 처음 해보니 기분이 좀 그렇다. 낸시랭 놀이 하자고 어깨에 걸치면 골골 소리내던 녀석이 이제는 다른 환경에서 하악질을 하고 있다니. 적응하면 또 잘 놀겠지만 내 마음이 헛헛한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떠나기 전날 밤 내방 다리미판에 자리를 잡았다.
이사간 집에서 잔뜩 긴장하고 꼬리까지 말고 앉아있는 아놔 울컥-_-
맞고 살면 안된다 ㅠㅠ
8월이 왔다. 일년은 12달이므로 7월이 오면 일년이 절반 지나간 셈인데 어째서인지 나는 8월이 되어야 한 해가 반 정도 지나갔구나 라고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인가. 과거를 밟아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인가 유년기의 경험 때문에 그런 의식이 머리속에 자리잡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난 요즈음 이런 발달심리학 - 용어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 에 진지해진다. 인간의 성격 형성에 유년기가 절대적이라는 이론이었나...)
좌우간,
서른 한살의 여름이 왔고, 서른 한살의 생일이 올 예정이며, 가루는 생후 7개월째를 지나고 있다. 클로즈업 샷 + 살짝의 후보정을 하고 보니 저 사진이 귀여운 건지 무서운 건지 감은 오지 않지만, 역시 녀석은 똥꼬발랄하게 집안을 휘젓고 다닌다.
어느새 서른 하고 한살을 더 먹을만큼 시간이 지나간 것인지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요즈음이다.
배가 고프면 맛없는 것도 먹게 되어있다.
밥먹고 고양이 세수 작렬.
사료통에 "가루밥" 현재 치킨수프 배식중.
간식캔 따위 이쁜 짓 할때마다 주는거다. 훗.
만져도 모르고 잔다.
좋겠다.
자다 깨서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면
뭐가 그리 궁금한지 문앞에서 얼쩡댄다.
머리에 검정색 브릿지 보이시는가.
난데 없이 검은털이 나서 이거 뭔가 싶었는데
헤짚어보니 검은털 아랫부분은 또 흰색이다.
나 없을때 세븐에이트 했니...
급기야...잔다...
카메라 대박.
조...좋은 팔자다..
"실신, 혹은 식곤증"
생후 5개월 째를 보내고 있는 냥이.
점점 집안에서 제 영역을 늘려가는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
방충망과 유리 사이에 들어가서 몇년 묵은 먼지를 삭삭 닦아내고 러시안블루로 둔갑을 한다던가,
주인으로서 응징을 하기 위해 욕조에 내려놓는 순간부터 구슬픈 울음소리를 낸다던가,
샤워기 물이 닿자마자 지랄발광-_-을 하다가 어찌 해도 안된다는 것을 알고 포기해버린다던가,
아침에 눈비비면서 방문 열고 나오는 나를 향해
호랑이의 모습으로-_- 달려와서 밥 달라고 내 다리에 얼굴을 비벼댄다던가,
장난감 방울 소리만 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달려온다던가,
좀 흔들어주면 쥐돌이를 물고 지랄발광-_-을 한다던가, (동영상 촬영예정;;)
재미난 자세로 누워 있길래 카메라를 들고 반셔터를 잡는 순간 반대 방향으로 돌아누워버린다던가,
뭐 이런 소소한 재미-_-가 생겼다.
캔사료에 환장을 하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고양이.
최근 며칠 사이에 드디어 털갈이를 시직한 것일까.
집안에 털폭풍이 불었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눈 앞으로 유유히 떠다니는 하얀 털.
말 그대로 털을 뿜어내고 있다.
우선은 빗질로 막아보기 위하여
인터넷 쇼핑을 했다. (말이 이상하지만 아무튼)
처음 들여올 때 사은품 처럼 넣어준 빗.
철사만으로 이루어져서 시험삼아 내 손을 긁어봤더니...
아프다!!
고양이는 사실 살살 빗어주면 크게 개의치 않는것 같으나 가끔 실수로 쿡 찌르면 미안해진다.-_-
이 브러쉬는 퇴근길에 동네 동물병원에서 비싸게 주고 산-_-
'철사 끝에 고무가 붙어있는 브러쉬' (이 이상의 표현은 모르겠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이걸로는 조금 벅벅 긁어도 시원해하면서 몸을 반대쪽으로 뒤집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사진에 하얀 것들이 털..;;;
한 5분 빗질하면 수북한 동충하초를 볼 수 있다...
이걸로도 뭔가 모자란 듯 하여
인터넷 쇼핑을 감행하였으니...
그 이름 '쉐드킬러'
큰 빗은 뭉친 털 고르기용
작고 촘촘한 빗이 핵심포인트.
저 빗으로 슥슥 긁으면 순식간에 털뭉치가 생긴다 ㄷㄷㄷㄷ
맘 독하게 먹고 앉아서 한 15분 빗으면 고양이털 쿠션을 만들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쓰다듬기만 해도 손에 털이 묻어난다.
삭발시켜서 MBC 로비에 풀어놓을까...
"2개월 째"
어항이라던지, 우리 안에 가두어 놓는 열대어 (라고 쓰고 생선이라고 읽는다) 나 집안 가득하게 응가 냄새를 피우는 햄스터 류를 제외하고는 처음 키워보는 종류의 애완동물. 집안을 활보하며 구석 구석의 먼지를 모두 닦아내고 있는 고양이.
데려올 때 3개월이었으니 4개월 채우고 이제 5개월 째인가.
그새 부쩍 컸다. 그동안 냥이 수발에 들어간 비용도 만만치 않았으며 아침이면 눈 비비며 녀석의 화장실 뚜껑을 열고 맛동산과 감자를 수거하게 된 나의 모습이나, 기꺼이 사료와 캔을 섞어 먹이면서 냥이에게 최고의 가족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모습 등 집안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다. 아, 털도 날리는구나.
어제는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는 내 옆에 뛰어 올라오다가 그만 뒷발로 내 다리를 긁었다. "아"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이색퀴 @#$%$@% 니가 누구 때문에 밥을 !@#$@#$^" 이라고 혼내고 (물론 듣지 않고 지 할일..)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긁힌 자리에 피가 수줍게 맺혀있었다. 고양이 주인들의 애환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목욕을 자주 시키면 안된다고 해서 방충망에서, 화분 틈에서, 티비 뒤에서, 침대 밑에서 뒹굴며 수집한 먼지 덕에 얼룩고양이가 되어버린 놈을 보며 목욕을 언제 시켰더라 날짜를 헤아려 보고 있지만, 그놈의 겨울날 찹쌀떡 같은 발이 회색이 되어버린건 너무하잖아. (심지어 나는 아직 무서워서 발톱도 잘 못 깎아준다.) 오죽하면 러시안블루를 데려올껄 그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지난 한달 간, 녀석이 잠이 올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 품에 안기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성격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건사료는 많이 배고플때 찾고 평소에는 캔사료에 환장-_-한다는 것을 파악했으며, 졸다가도 방울 달린 깃털을 흔들어대면 호랑이 같이 달려온다는 것을 파악했다. 잠이 올 때 무릎에 앉혀놓고 빗질을 해주면 골골거리면서 눈을 지긋이 감고 느끼는 모습을 보며 로마시대 하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소원이 있다면...개냥이 만들어서 목줄 달고 산책하는 것..이지만 가능할까..-_-;;;;;;
* P.S: 말라붙은 눈꼽을 떼어내기 위해서 물에 적신 화장솜을 들고 잠자는 녀석에게 살며시 다가가는 순간 눈을 반만 뜨고 째려본다...아..우악스러운 집사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대체 왜왜왜왜왜 고양이를!!!"
충동 구매에 취약점을 지니며 살아온 지난 세월을 통하여 터득한 구매의 노하우라면, 남들의 평가나, 인터넷을 통한 가공된 지식을 바탕으로 아무리 고민해보았자 결국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은 그 순간 "통하였느냐?" 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는 것. 물론 개인적인 패턴이기 때문에 일반화 시킨다거나 하는 등의 잘난 척은 할 수 없다.
그렇다. 때는 5월 초순. 구경을 하기 위하여 들어갔던 충무로의 모 애견샵.(아직 애묘샵 이라는 말은 그게 뭔데? 라는 질문을 부르게 되므로 그냥 애견샵이라고 하련다. 펫샵 이라고 하면 잘난척 하는 것 처럼 보이잖아.) 우리 안에서 꼬물대고 있는 녀석들 중에서 유독 털이 하얀 녀석이 빤히 쳐다보며 앞발을 내밀었다. 통하는 순간.
언제나 그렇듯 정신을 차려보니 카드를 건네주고 있었고 며칠 뒤 나는 그 녀석을 품에 안고, 아니 박스에 담아서 품에 안고, 집으로 가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애완동물을 샵에서 사는 것은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환영받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통하여 버린 녀석과 나는, 내가 여기서 발길을 돌리면 저 좁은 우리에서 냐옹거리다가 헐값에 아무데로나 팔려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악성재고인가...) 생각을 하니 지갑이 열렸던 것 같다. 수시로 잘 열리면서 합리화 시키고 있는 중이다.음...
"우리 아이가 바뀌었어요"
그렇게 고양이를 집에 들이고 며칠 후 모친께서 하신 말씀. 밤 12시 전에 들어가면 아들이 일찍 귀가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잠자리에 드시던 분인데 고양이를 보겠다고 8시전에 귀가를 하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지 모르겠다.
"이름"
항상 무언가의 이름을 짓는 일은 어렵다. 싸이월드 일촌명으로도 하루저녁을 고민하던 때도 있는데 하물며 살아있는 무언가의 이름을 -심지어 귀엽다!!- 짓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키워드는 아무래도 하얀색과 털이 아니었을런지.
만두, 두부, 순두부, 자루, 토끼, 멍멍이, 바둑이, 행주, 걸레, 수건, 휴지, 티슈, 북극곰, 베개, 종이, A4, 수정테이프.. 등이 후보군이었다. 대부분은 내 머리에서 나왔음을 밝히며..
만두 vs 토끼의 구도로 진행되던 중 누군가의 제안. 까루.
까루가 뭐란 말이오?
밀까루 말이오.
척추를 따라 후두부를 강타하는 전류. 그렇다. 네놈의 이름은 (암컷이지만 네년의 이름은 이라고 하면 이상하다.) 까루다. 아니, 좀 순화시켜서 가루로 하자. 이렇게 하여 밀가루 같이 하얀 털을 지닌 터키쉬 앙고라 암컷의 이름은 최소한 우리 아파트 101동 706호에서는 가루로 정해졌다.
"초보집사"
종종 초보집사의 애환을 올릴 생각이다. 아직 발톱 깎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목욕시키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벌써부터 편식의 조짐을 보여서 고민이다...-_-;;;